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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여성인권영화제 출품공모 결과 안내 | 조회수 : 3451 등록일 : 2020-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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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영화제는 작품 저마다의 시선, 시선의 방향과 깊이에 주목합니다. 올해 여성인권영화제에는 더욱 다양해진 주제와 질문이 담긴 339편의 국내외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이 중 심사단이 선정한 26편의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내년에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상적인 현실을 직면하며 나아가 여성인권을 폭넓게 사유하는 작품들을 경쟁부문에 모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출품해주신 모든 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2020년 12월 1일 여성인권영화제 (가나다 순) 공간의 끝’(구정회) 굿 마더’(이유진) 김현주(강지효)’ '노당익장'(최이다)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배꽃나래) 독박’(이가영), 머리하는 날’(임소라) 뮤직비디오’(카미유 푸아리에 Camille Poirier) 밀크’(장유진) 반사적으로’(알폰소 디아스 Alfonso Díaz) 산후’(김홍) 석양의 게스트하우스’(송예찬) 소풍같이’(전승표) 숨바꼭질’(이지연) 실’(이나연, 조민재) 실버택배’(김나연) 안부’(진성문) 영숙’(라정인) 웰컴 투 유에스에이’(아셀 아우샤키모바 Assel Aushakimova) 유통기한’(유준민) 일하는 여자들’(김한별) 증명서’(윤혜성) 창문 너머에’(강지숙) 파출부’(이하은) 한국식’(전진융) 흔한이름’(송원재) <14회 여성인권영화제 예심 심사평> 김현(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시인) 여느 해보다 출품작들이 많았다. 매년 영화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그 성장에 담긴 의미를 여러 번 곱씹게 된다. 여성이 처한 현실을 카메라에 담아내려는 분투가 예술적 행위임과 동시에 실천적 투쟁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아서다. 아직도 드러낼 것, 말해야 할 것, 바꿔야 할 것이 있음을 증언하는, 증명하는 영화들의 첫 관객이 되었음을 뜻깊게 생각한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극,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의 형식을 발판 삼아 여성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은유적으로 담아낸 단편들이 주를 이루었다.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 폭력의 양상이 훨씬 더 복잡하고 강력해지고 있는 오늘날을 고발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류의 작품들, 개인의 이야기(학교생활, 취업 준비, 연애와 이별, 결혼과 이혼 등)를 사회적 서사로 확장하고 있는 작품들, 여성의 너머로까지 시야를 확장하여 아동, 노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노인 문제 등을 살피는 작품들, 엄근진’ 다큐에서 비껴나 나를 둘러싼 이(여성)들에게 질문함으로써 비로소 나(여성)를 돌아보고 내다보는 과정을 생기 있게 담은 작품들이 겹을 이뤄 만들어내는 무늬와 빛깔이 반가웠다. 늘어난 해외 출품작과 장편 다큐멘터리 외에 장편 극영화도 몇 편 포함된 점은 고무적이었다. 특히나 여성 영화 제작 워크숍이라도 있는 듯 영화 교육 장에서 다양한 여성 영화들을 열정적으로 생산해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은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다만,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성장으로 직결되었다고 여기기엔 다소간 아쉬움이 남는다. a라는 여성이 b라는 여성을 만나 성장에 이르는 패턴화된 영화들,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을 섬세한 성찰 없이 전시하는 데에 그친 영화들, 여성의 수난을 찍기 위해 여성을 폭력의 구석으로 밀어 넣은 채 방치하는 영화들, 폭력 피해 여성을, 여성의 삶을 단순화하여 납작하게, 평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영화들을 지켜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다.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은, 감상적 접근에서 멀어진 무엇보다 인물과 사건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과 카메라에 담긴 인물(여성)의 그다음을, 생존으로서의 삶을 기꺼이 상상하게끔 하는 영화에 오래 머무른 것은 모두 그 때문이다. 찍고자 하는 것을 찍기 위해 찍어내듯 만든 작품들이 아니라 찍는 나’로부터, 그 내면화로부터 시작되고 결국에는 거기에서 예술과 투쟁의 실마리, 출입구를 만들어낸 영화들에 지지를 보냈다는 말이다.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안다.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여성을, 여성에 의한 예술을 실체화하고자 기꺼이 카메라 밖에서, 카메라 안에서 애써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선정된 분들에게는 축하도 덧붙인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교수) 예년보다 훨씬 늘어난 출품작 수 현황을 마주하면서 한국영화의 양적, 질적 성장의 기본 토대가 되어줄 독립영화의 여전한 활약과 노력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고난의 시기 앞에 새로운 전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대와 공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한해이다. 여성인권영화제는 14년을 개최해오면서, 젠더 재현 불균형으로 점철되었던 영화제작에 파열음을 내면서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여성감독들의 활약, 더 많은 여성서사의 등장, 시각 교정과 대안 제시가 있는 소재의 확장 등 한국영화계가 점차 변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단편영화와 독립영화가 강력한 자극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해외 영화들이 출품되었으며, 여성영화인뿐만 아니라 남성영화인들이 만드는 여성서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간 남성 중심 서사로 점철된 기울어진 영화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독립영화인들의 주도로 이루어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영화들은 스타일과 주제의식을 조화롭게 펼쳐 보이면서 캐릭터와 서사가 보다 풍부해진 것이 특징이다. 육아, 가난, 실업, 노동, 주거문제, 비혼, 동성애, 노인문제, 다문화인, 성범죄 등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통해 내재화된 젠더 폭력 및 성차별 의식을 꼬집는 영화가 많았다. 이 가운데 유쾌하게 한계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이웃과 연대하며 공존하면서 긍정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영화들이 주는 시선의 깊이를 보았다. 여성의 시각에서 느끼는 각종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반영한 다양하고도 참신한 소재 제시에 매번 감탄한다. 페미니즘 담론이 사회적으로 폭발적으로 고양되고, 영화가 일상의 젠더 구별 문제에 보다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퀴어, 이주민, 범죄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이들의 공동체적 연대를 향한 의식의 성장을 출품작들이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소중한 영화를 출품해 준 젊은 영화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홍재희(영화감독) 올해 심사에서도 여성 인권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룬 영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예년과 같이 올해도 임금노동과 가사노동 그리고 독박육아라는 불합리한 이중 삼중의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의 현실을 그리는 영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겪어야하는 부당한 성차별적 현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사회비판적 영화,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과 노인과 아동의 인권에 주목하는 영화, 여성에게 더없이 성차별적인 일터와 가정을 통렬히 비판하는 영화, 일상에서 만연하는 성희롱을 비롯하여 디지털 성폭력까지 여성의 생명과 존엄성을 위협하는 인권 유린을 다룬 영화 등등 고루 출품되었습니다. 올해 뚜렷한 경향으로는 젠더에 관련한 쟁점을 다룬 영화가 눈에 띕니다. 퀴어의 세계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 즉 이성애 질서를 넘어서 젠더 자체에 대한 질문,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이 다른 성소수자를 그린 영화도 과거에 비해 점점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이외에도 가부장제 사회 질서의 모순을 비판하며, 정상가족 신화에 대해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여성 감독들의 영화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출품작들의 수준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 완성도와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 또한 매우 고무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출품작의 경우에도 수준 높은 영화가 많았습니다. 힘 없고 나약하며 평범한 사람일지언정 그럼에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여성들, 척박한 현실에서도 오늘도 살아내려고 애쓰는 우리 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들려주는 영화, 이 세상을 다르게 낯설게 볼 수 있게 하는 영화를 만나는 것은 여성인권영화제 심사를 하면서 얻는 큰 기쁨입니다. 비정규직 계약직 노동자로, 경력단절 기혼 여성으로, 홈리스로, 싱글맘으로, 독거노인으로, 한부모 가정 소녀로, 레즈비언 여성으로, 한국 사회 곳곳에서 복지와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 존재하나 보이지 않고 조명되지 않는 보통 여성들의 삶에 빛을 비추는 영화를 만드는 그 모든 감독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