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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여성인권영화제 출품공모 결과 안내 | 조회수 : 2084 등록일 : 2021-1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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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 여성인권영화제 출품공모 결과 안내 여성인권영화제는 작품 저마다의 시선, 시선의 방향과 깊이에 주목합니다. 올해 여성인권영화제에는 더욱 다양해진 주제와 질문이 담긴 414편의 국내외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이 중 심사단이 선정한 33편의 작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내년에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상적인 현실을 직면하며 나아가 여성인권을 폭넓게 사유하는 작품들을 경쟁부문에 모실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며, 출품해주신 모든 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2021년 10월 18일 여성인권영화제 (가나다 순) 거리두기 // 이유정 공백 // 신시정 귀신친구 // 정혜연 까치발 // 권우정 너의 안부 // 윤혜성 높이뛰기 // 정수진 다신, 태어나, 다시 // 전규리 더 한복판으로 // 오소영 메이•제주•데이 // 강희진 목소리 // 김영제 미명 // 김대철 방랑자의 고요한 지도 // 박자연 백야 // 염문경 보드랍게 // 박문칠 서른층 // 강태훈 선율 // 김윤정 선풍기를 고치는 방법 // 손수현 수정 // 최기윤 순영 // 박서영 역량향상교육 // 김창범 연격 // 백정원 우듬지 // 남서정 위장 // 고경하 이별여행 // 박수린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 김동령, 박경태 자매들의 밤 //김보람 잔디인형 // 이서현 젖꼭지 3차대전 // 백시원 지나친 하루 // 조단양 집나방 // 정연주 호랑이와 소 // 김승희 Cayenne // Simon Gionet Motoluv // Genevieve Chartrand
<15회 여성인권영화제 출품공모 예심 심사평> 김현(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래머/시인)
올해는, 하고 시작하는 심사평을 쓰면서 심사평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사평을 써야 하니까 심사평을 쓰는 것이 당연함에도 올해는 어째서인지―코로나19 때문인가―심사평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문장 하나로 심사평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막 밀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고! 이 문장은 올해 출품된 한 영화 속 대사이기도 하며, 그 영화의 연출 의도에 적힌 말이기도 하다. 막 밀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은 영화. 그런 영화를 고르려고 애썼다. 그런 영화에는 그런 여성들이 등장했다. 울어야 할 때 울고, 웃어야 할 때 웃고, 떠나야 할 때 떠나고, 머물러야 할 때 머무는. 또한, 울겠지 싶을 때 웃고, 웃겠지 싶을 때 울고, 떠나겠지 싶을 때 머물고, 머물겠지 싶을 때 떠나는. 그런 여성들이 등장하는 영화에는 몇 가지가 없었다. 이를테면 피아노 선율. 흐르는 눈물. 고뇌에 차 소리치는 대사. 관객에게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 그런 게 없는 영화에는 꼭 있는 게 있었는데, 흑인 여성 레즈비언 시인 오드리 로드의 표현을 빌려서 말하자면, 주인의 도구로는 결코 주인의 집을 무너뜨릴 수 없다. 우리의 손발을 묶고 있는 것은 차이가 아니라 침묵입니다. 그리고 깨져야 할 침묵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영화는 침묵을 영화로 바꾼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침묵을 깨기 위해 그런 영화는 침묵할 줄도 알고 있었다. 다 말해주지 않고, 다 보여주지 않고, 다 말하고 다 보여주기. 전체의 겉을 핥기보다 부분을 위해 전체를 포기하는 영화가 그런 영화였다. 400여 편이 훌쩍 넘는 출품작들 사이에서 그런 영화들을 만나면 새로운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을 느끼는 새 방식이 있을 뿐이라는 오드리 로드의 말이 이해됐다. 이다음에 무슨 말을 붙여도 기억에 남는 건 막 밀어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고!’이겠지만, 짤막하게 덧붙이고 싶은 건 올해의 경향. 퀴어 영화 줄었음. 다큐멘터리 몇 없음.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의 세계를 다룬 영화 늘었음. 가부장제의 모순을 비판하며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관해 질문하는 영화도 많았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계 맺기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 영화도 적지 않았으나 수목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인물이, 본 것 같은 사건을 겪다가, 본 것 같은 관계로 끝나는 것이 크게 아쉬웠음. 그리고 무엇보다 이토록 많은 여성이 여전히 영화를 혁명의 도구로 삼고 있음에 큰 기쁨과 유대감을 느꼈다. 선정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2021년 제15회 여성인권영화제의 시작을 함께해준 영화와 영화인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막!
정민아(영화평론가) 영화제가 안정화되면서 매해 차츰 출품작 규모 확대, 해외 출품작 증가, 주제적, 소재별, 장르적 다양성, 장편 출품작 증가, 여성 감독뿐만 아니라 남성 감독의 여성 이슈에 대한 관심 증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출품작이 극영화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실험영화가 골고루 포진하지 못한 점은 여전히 아쉬운 점이다. 상징과 은유의 시청각 언어를 통해 예술적 표현의 묘미를 살리는 방식보다는 설명식 표현과 대사 중심의 장황한 상황 구성으로 인해 영화의 러닝타임이 길어지면서 방만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여성이 처한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 많다 보니 설명적으로 서사를 구성하게 되면서, 압축적이고 은유적인 영화적 표현미학을 발휘하지 못한 작품이 많았다. 상황에 대면하면서 한 차원 높이 도약하려는 의지가 상상력을 거치면서 해방적 전망을 만들어낼 것일진대, 다수 출품작들은 현실의 압박에서 느끼는 좌절을 피해의식과 자기연민으로 서사화하는 방식으로만 구성하는 아쉬움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보인 빛나는 작품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올해에는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세태를 반영하듯, 내가 사는 집, 나만의 방에 대한 소재가 많았다. 가난이나 고난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대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 디지털로 인해 다양하게 전개되는 각종 범죄와 생존 문제의 재현, 팬데믹 상황이 더 많은 성찰로 이끈 가족과 연대의 서사, 여성들 간의 자매애와 성소수자의 로맨스 재현, 현실의 고난을 타개할 힘으로 작용하는 예술에 대한 열정의 시각화, 학교와 진로 문제 반영 등, 올해 출품작의 어떤 주제적, 소재적 어떤 경향이 그려진다. 여기에 영화적 표현양식에 대한 고민이 더해지며 매년 장르적 도전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세계적 재난상황에 영화의 위기감은 더해지고 있으며, 젠더 감수성에 대한 현실의 벽은 여전하다. 또한 성평등을 향한 길에서 제거해야 할 요소가 산적하고, 여성인권을 향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 지금, 여성과 인권을 이야기하는 영화 제작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급변해도 영화는 지속될 것이고, 여성인권영화제의 지속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출품작 감독과 스탭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길 기원한다. 홍재희(영화감독)
올해도 다양한 여성들의 삶에 주목한 신선하고 새로운 영화가 많았습니다. 십대에서부터 중년 그리고 노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처한 사회적 현실을 폭넓게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동시에 개인의 삶, 사회적 약자의 삶을 반영하는 출품작들은 한결같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조용히 웅변합니다. 가부장제 한국 사회에서 엄마, 아내, 딸로 살아가는 여성의 삶뿐만 아니라 여성 그리고 노동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 여성 노동자의 일상을 다룬 영화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예를 들어 치매에 걸린 노년 여성도 있지만 치매 노인을 간병하는 가족인 여성도 있으며 동시에 간병인 노동자 여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노인문제와 돌봄노동을 소재로 하지만 다양한 층위에서 각각의 여성들이 처한 같고도 다른 현실을 좀 더 섬세하게 구체적으로 짚어 내려가는 영화가 늘어났습니다. 택시 기사인 여성, 택배 노동자인 여성, 학교 전담 경찰관인 여성, 유치원 보조교사인 여성, 보험판매원 여성, 간병인 여성, 신입인턴인 여성, 카페 알바생인 여성, 식당 노동자인 여성,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에 나선 여성 등등. 여성이기 때문에, 나이가 적거나 많기 때문에, 경력단절이 되거나 비정규직, 계약직, 임시직으로, 저임금노동과 돌봄노동으로 내몰리는 여성들의 삶.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노동'이 처한 부당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냉정하리만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영화도 많았습니다. 기득권을 소유한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 '노동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부당한 차별과 노동인권에 적대적인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모순을 비롯하여, 무엇보다 '여성' 노동자이기 때문에, 노동자이면서 또 '여성'이기 때문에 이중으로 겪어야 하는 성차별적 현실을 여성들이 어떻게 견디고 버티고 싸우고 저항하며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가를 다룬 작품들을 만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유독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퀴어를 다룬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지독히 차별적인 혐오 사회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삶의 무게를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 다수였으나 개중에는 이성애자와 전혀 다를 것 없는 '한 사람'으로서 동성애자의 사랑과 연애 등 개인의 평범한 일상을 차분히 그려낸 작품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독립영화계에서만큼은 젠더와 퀴어가 더 이상 낯설고 특이한 소재나 주제가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하나의 어떤 경향이 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2년째 지속되는 현 시대를 반영하듯 코로나 시대와 기후위기와 같은 생태와 환경에 관련한 문제를 비판적이고 풍자적으로 다룬 작품도 있었습니다. 단편과 장편을 막론하고 독립영화야말로 변화하는 현실과 달라진 시대상을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지표식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한마디로 진보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기존의 사회 드라마 장르를 벗어나 다양한 장르를 모색하고 연출하는 여성 감독이 많아졌다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호러와 스릴러 더 나아가 실험 SF 판타지까지 실로 여성 감독들이 다루는 장르는 이제 더 이상 경계가 없습니다. 여성주의 서사에 장르의 한계는 없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오히려 SF와 판타지에서 여성감독들이 누구보다도 발군의 실력을 지녔다는 것을 확인한 아주 즐거운 심사였습니다. 21세기의 아젠다인 생태와 기후위기, 노동과 인권, 그리고 성평등과 젠더 문제에 그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가장 빨리 가장 깊게 천착하는 감독들, 여성의 눈으로 보고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는 감독들을 영화제를 통해 만나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입니다. 시대의 요구와 첨예한 사회 현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지닌 영화, 날카롭고 따스하며 비판적이되 통찰력이 있는 여러분의 영화를 언제나 응원하면서 심사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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