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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여성이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 열쇠는 '내 욕망 알기'
조회수 : 1196
등록일 : 2019-10-28

퀴어 여성이 행복하게 나이 드는 법열쇠는 '내 욕망 알기'

- <빛나는 인생피움톡톡 -

 

 의정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단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노년 여성의 삶을 다룬 제13회 여성인권영화제 상영작 <도나의 사랑>, <빛나는 인생>의 상영 이후 진행된 피움톡톡의 주제다. 10월 6일 CGV아트하우스 압구정에서 <할배의 탄생>,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를 쓴 최현숙 작가와 여성인권영화제 프로그램팀 활동가 정이 여성성소수자의 노후에 대한 빈곤한 상상력을 넘어서라는 화두를 던지고 관객과 대화했다.

행복한 노년을 꿈꾸는 관객들에게최 작가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신자유주의이성애중심주의가족중심주의 등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벗어나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이 거듭 강조됐다자신의 욕망을 아는 것이 어떤 연애를 할 것인가’, 얼마만큼의 돈을 벌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등 나이 드는 법을 결정해 나가는 열쇠였다.

   

   

한국에 레즈비언 왕국을 건설하는 법

관객들은 첫 번째로 <빛나는 인생>에서의 레즈비언 공동체가 한국에서도 가능할지 물었다최 작가는 주변에서 레즈비언 요양원 운영을 꿈꾸는 분을 여럿 봤다며 “30인 이하 노인들이 같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한다면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이런 제도를 통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 활동가는 국가 제도에 침범해 레즈비언 왕국을 건설할 수도 있겠다고 말하며 관객과 함께 웃었다최 작가는 성소수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세력화가 중요하다며 국가가 청년노인여성을 상대로 공공주택을 지급하는 등 여러 지원제도를 마련하는데이것을 레즈비언 공동체의 시작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의 연애·결, 정상’ 범위에 편입되지 않아도 괜찮아

최 작가는 이성애 중심가족 중심 제도 탓에 성소수자로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그 제도 속으로의 편입을 요구하기에 앞서 제도 자체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최 작가는 사회가 말하는 정상으로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결혼제도에서 벗어난 삶이 훨씬 자유롭고 행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정 활동가는 “<빛나는 인생>에서 24년 결혼생활은 아직 애송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듯오래 만나고 친밀함을 깊게 나눠야만 한다는 인식이 있다이게 자기 욕망이 맞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최 작가는 관계가 오래돼야 좋은 거고, 원나잇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에는 사회의 정상 이데올로기가 들어있다며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의심해봐야 한다고 했다.

 

귀농해서 공동체를 꾸린다면 어떨까

<빛나는 인생>에서 여성 공동체를 만드는 데 구심점 역할을 했던 샐리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농촌 지역을 여성의 땅으로 택했다관객들은 귀농해서 공동체를 꾸리는 것의 장단점이 무엇일지 궁금해했다최 작가는 농촌이 무너지는 걸 막기 위해 정부가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시골의 삶을 좋아한다면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최 작가는 신자유주의적 삶에서 벗어나고 싶을 땐 농촌으로 가는 것이 제격이라면서도, “문화적 혜택의료시설에의 접근성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도시에서 공동체적 삶을 꾸려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농촌의 폐쇄성, 텃세가 걱정된다면

한 관객은 여성들이나다른 소수자들이 도시에 살고자 하는 덴 이유가 있는 것 같다며 농촌의 폐쇄성이 두렵기도 하고그 지역 문화에 어떻게 적응할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최 작가는 농촌 적응의 어려움으로 텃세가 꼽히는 데 대해, 텃세가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인들이 거부성이 강하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의 선입견이 강한 측면도 있다며 처음 농촌의 문화를 접했을 때 불편할 수도 있지만, 농촌 사람들은 이렇다’, 노인들은 이렇다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말 것을 권했다활동가 정은 “<빛나는 인생>에선 서로 섞여 살며 일어나는 변화를 사랑이라고 말하더라그것을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최 작가는 먼저 좋은 관계를 만들고 난 뒤에 불편한 지점을 얘기하며 타협해 갈 수 있다며 우리가 농촌에 가서 살려면 그들의 삶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그들의 문화와 방식을 존중하는 태도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청년세대와 노년세대의 한 마을 공동체’, 가능할까

노인들과 청년이 함께 사는 마을을 꿈꾼다는 관객이 손을 들어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물었다최 작가는 가능하다고 답하며 신자유주의 사회가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가 함께 살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젊은 층은 일터로 몰아넣고노인들은 요양원에 몰아넣는다며 노인들이 요양원에 수용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최 작가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일본의 한 농촌마을에 요양시설을 만들고주변에 유치원시장학교와 산업을 유치했더니 노인아이와 함께 사는 가구들이 입주했다며 이러한 공존이 가능하려면 신자유주의의 효율성 개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최 작가는 노인을 부담되는 존재로만 보고 요양원으로 내쫓을 생각만 하지 말고지역사회 안에서 노인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늙는 건 별개 아냐” 늙음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문제

정 활동가는 내 몸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이 사회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내가 하는 노후대비란 칼슘영양제 먹는 것밖에 없다며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놨다최 작가는 늙는 건 별게 아니다그냥 하루하루 무릎이 조금씩 안 좋아지는 것일 뿐이라며 웃었다. “어떤 능력은 퇴화되고 어떤 능력은 확장되니까 집중할 것을 선택해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며 나는 기억력과 순발력은 떨어졌지만 통찰력이 발달하고 있다글 쓰는 데 그것을 활용해 살아간다고 조언했다그러면서 늙으니까 소변이 자주 마렵다아까 영화 상영 중간에 화장실을 다녀왔다며 창피해하지 않고 필요한 것을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짚었다노화를 겪는 몸이 젊은이의 속도에 안 맞는다고 불편해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나답게’ 살기 위한 물질적 조건

최 작가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노년을 잘 보내는데 필요한 건 결국 돈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나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물질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하고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그리고 이 정도는 살아야 멋진 삶이라고 신자유주의 사회가 주입한 욕망인지내 욕망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작가는 사람을 만나고글을 쓰며 관점을 세상과 나누는 일이 최 작가답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그것을 위한 물질이 충족되면 된다고 말했다. “작은 원룸에 사는데 청소할 일이 없어서 좋다나한테 필요한 조건은 그 정도인 거다해외여행 같은 것엔 욕망이 없다.”

 

어떻게 죽고 싶은지 알아야 나이 드는 법도 알게 된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도 이날의 중요한 화두였다최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며 어디까지 살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노년은 남의 돌봄을 받으면서도 독립성주체성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각자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최 작가는 내 마지막을 정하고 나니 무엇을 추구하며 살지 더 명확해졌다며 나이 드는 것을 고민하는 과정에는 어떻게 죽을지를 결정하는 일도 포함된다고 했다.